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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zine

통합 비즈니스 시대


 













빠른 경기회복으로 국내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약 2년 만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모습이다. 국내 100대 기업 중 NHN은 2009년 영업이익률이 42.99%를 기록하면서 10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6.22%와 비교해 무려 36%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올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률은 환율안정과 수출회복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ㆍ외환 시장 안정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 효과로 내수와 수출이 회복돼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종이 이익을 창출했으며, 철강금속과 전기전자, 운수창고, 전기가스, 기계, 종이ㆍ목재 등도 흑자 전환했다. 이들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 증가가 상대적으로 큰 업종은 온라인 서비스업체였다. 국내 상장 10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기업은 NHN이었다.

NHN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2.99%로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2371억 원, 5318억 원이다. NHN의 높은 영업이익률에는 게임포털 한게임이 기여한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되는데, NHN의 수익 구조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NHN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영업이익률이 증가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100대 기업 안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NHN보다 높은 44.10%를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로, 온라인게임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코스닥시장 게임업체들의 영업이익률 또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코스닥 상장업체 243개사 중 게임하이는 지난해 25.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네오위즈게임즈(21.57%) CJ인터넷(19.05%)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분석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종업계에서 최상위권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업체도 있다.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된 모바일게임업체 게임빌은 지난해 무려 55.7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게임빌은 지난해 매출 244억 원에 영업이익 136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위메이드엔터테엔먼트 역시 매출 1064억 원, 영업이익 592억 원으로 55.6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상장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영업이익률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의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 그만큼 회수하는 금액도 많고 수출에 따른 환율효과 등으로 기본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높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기록하기보다 시기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들쑥날쑥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 2009년 영업이익률 증가 주도 .

100대 기업 중 지난해 영업이익률 상승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하이닉스반도체다. 2008년 -28.16%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43%로 플러스 성장해 증감률 30.59%를 기록했다. 대한유화공업이 15.75%, 한국전력공사가 13.91%, 삼성카드가 13.39%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한해운은 2008년 15.57%의 영업이익률이 2009년 -21.41%로 줄면서 증감률이 -36.98%로 가장 낮았다. 현대상선이 -15.02%, 유니온스틸이 -14.4%, 금호타이어가 -12.78% 등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나타낸 기업은 모두 9개사로 현대상선, 대한해운을 비롯해 STX와 STX팬오션, 유니온스틸 등 해운ㆍ철강업계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5%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보인 기업은 38개사, 5% 이상~10% 미만 기업은 33개사, 10% 이상은 20개사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기업들도 있다. 바로 NHN과 코오롱, 효성 등이다. 이들 기업은 금융위기를 겪고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며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의미한 자료를 내놨다. 한국과 미국 대표기업의 영업이익률을 비교 분석한 것인데, 최근 5년간 미국 대표기업의 경우 2006년을 정점으로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반면, 한국 대표기업의 경우 미국과 같이 2008년까지는 낮아졌지만 2009년 들어 소폭 상승 전환하여 그 격차가 3.75%p에서 2.83%p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5년 간 중 가장 작은 격차를 보인 것이다. 협의회는 2009년 한국 대표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미국 대표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9.85%를 초과하는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를 통틀어 36% 정도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미국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에도 못 미쳐

하지만 국내 매출액 기준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8.33%를 기록하면서 미국 대표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구글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보면 이러한 차이를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000원을 팔아 80원을 벌었지만 애플은 무려 270원을 벌었다. 구글은 350원이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삼성보다 3.4배, 4.4배 수익성이 더 좋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주로 제품을 팔지만 미국 기업들은 서비스를 얹어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은 반도체, 휴대폰, 텔레비전, 냉장고 등 제품을 팔아 돈을 번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팟과 아이폰 단말기를 취급하지 않고 아이튠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여 부(富)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알스톰과 미국의 GE는 각각 열차와 비행기 엔진을 생산하지만 열차나 비행기 판매뿐 아니라 유지ㆍ보수 서비스로 돈을 번다. 이제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난 듯 보인다. 이른바 서비스 빅뱅 시대가 열리면서 통합형 제품ㆍ융합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가 별개가 아니라 고객의 가치창출을 도와주는 하나의 묶음으로 이해해 통합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한 세미나에서 “제조업체든 서비스업체든 이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결합해내는 서비스 통합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 디자인

글로벌 기업 애플과 구글뿐만이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비행기 엔진뿐 아니라 정비 서비스를 제품에 연계해 엔진의 사용을 제공했다. 또한 전자책 시장에서는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소니와 서비스기업으로 알려진 아마존닷컴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제공되는 인공물인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소비자와 사용자의 근원적인 요구 사항을 찾아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총체적인 솔루션을 모색해왔다. 기업 경쟁력의 중심도 물리적인 사물인 제품에서부터 인간 본연의 가치에 깊이 연관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한국 산업 구조는 삼성전자처럼 아직 제품이 강조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처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 사례가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PSSㆍProduct-Service System) 디자인이다. 정부도 지난 2008년 12월 PSSD를 지식서비스분야의 산업원천기술개발 과제로 지정한 바 있다.

PSSD의 목표는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재조명하고, 미래지향적인 소비자 관점의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다. 또한 이를 성취하게 하는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선별하고 부족한 경쟁력은 외부로부터 아웃소싱을 통해 보완해 제품요소와 서비스요소가 체계적으로 연계된 PSS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나아가 구체적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을 기획, 디자인 설계하는 PSS 디자인 방법론과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HP의 PSS 디자인, 컬러매칭서비스

HP의 고객사인 유명 화장품회사가 HP에 특별한 요청을 해왔다. 이는 서버 등 일반적이고 단순한 정보기술을 넘어서는 지원 요청이었다. HP는 이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테스크포스 팀을 만들었다. 이 팀의 리더인 니나 바티는 먼저 화장품 소비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결과 소비자들은 10대 시절 처음 사용한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오랫동안 충성도를 유지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들 1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화장품 구매 정보를 얻어내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또한 10대 소녀들은 휴대전화를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친숙하게 사용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그리고 수백 가지의 기초화장품인 파운데이션 종류 중 소비자의 피부색에 딱 맞는 제품 선택 정보를 절실하고 원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HP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로 얼굴 사진을 찍어 보내면 서버에서 이를 분석하고 얼굴 색에 맞는 화장품 제품 정보를 재전송해 쇼핑을 돕는 서비스다. HP가 축적하고 있는 컬러 기술과 IT기술을 적용하고, 화장품 관련 전문 지식은 아웃소싱을 통해 확보했다.
이 제품-서비스 통합 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아이디어는 다양한 빛 환경과 각기 다른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에 일관된 컬러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컬러 팔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 행위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소비자가 컬러 팔레트를 직접 들고 자신의 얼굴을 찍어 해당 사이트에 올리는 행위의 공동창출 과정이 없었다면 성공적인 파운데이션 제품 선택 정보 제공 서비스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HP는 축적하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참여 행위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보유하지 않은 기술은 아웃소싱을 통해 확보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서비스 통합 비즈니스 모델과 구체적인 기술을 기획, 디자인, 설계하고 화장품 회사에 제공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