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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zine

“가카가 놀부라고? 그럼 니들은 놀부 아니야?”

얼마 전 우연찮게 MBN 종편에서 방송한 ‘개그공화국'이라는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봤다.
한 개그맨이 “이런 MB~~N”을 외치며 이번 코너가 편파중계방송이라고 말한다. 이날 중계는 ‘흥부전’으로 대부분 흥부만 감싸는데 여기선 놀부편만 들겠다고 한다.

흥부전에서는 제비다리가 부러진 것을 고쳐준 흥부가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장면이 나온다. 셈이 난 놀부도 부자가 되려고 제비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다. 원작대로라면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에서 도깨비가 나와야 정상이지만 이 개그 코너에선 어여쁜 모델이 나와 놀부와 행복하게 재혼했다는 얘기로 끝낸다.

에피소드는 재미없다. 하지만 백미는 객석을 향해 개그맨이 외친 편파중계 멘트에 있었다.

“과연 제비다리 부러뜨린 게 놀부만의 욕심이라고 생각해? 당신들은 부자된다는 얘기 듣고 다리 안 부러뜨릴 거야? 그럼 욕심 많은 당신들은 놀부 아니야? 놀부만 욕할 수 있어?”
정말 뜨끔하지 않은가. 당신은 정말 놀부가 아니라고 자신하는가?


한 개그맨의 외침에 뜨끔해 가카 욕을 잠시 멈추고 조금은 가카 편에서 편파중계를 하려 한다. 가카 욕을 달고 사시는 분들의 이해를 바란다. 매번 너무 몰아세우는 건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어르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선 가카에 대한 걱정부터 늘어놓겠다. 요새 상당히 코너에 몰린 것 같은디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어찌보면 한미FTA도 체결했고, 나꼼수 진행자까지 집어넣으면서 세력을 와해시켰다고 스스로 자축할 수 있겠으나 가만 보면 다 부메랑이다. FTA로 인한 폐해는 단기간에 속속 드러날 것이고, BBK 저격수는 정권 교체를 기다리며 더욱 날카로운 칼을 준비할 게 뻔하다. 선관위 관련 의혹은 계속 터져나올 것이고, 친인척이나 최측근의 비리는 이제 막 시작됐으니 남은 1년 동안 욕먹을 일만 남았다.

설마 이 정도 위험부담이나 부메랑 맞을 각오도 없이 일을 키우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설마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혼잣말 하는 게 유일한 대비책은 아니겠지. 하긴 요즘 보면 평생 1인자 자리에 있을 거란 호연지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기업인 출신이면 리스크 예상쯤은 해야 정상인데 감을 너무 잃은 걸까. 기업 마인드로 봐도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비스 기관이라면 고객 불만을 점차 줄여야 할텐데 점점 늘어나니 말이다. 고객관리 소홀로 부도나는 기업이 어디 한둘인가. 회사 부도나기 전에 CEO는 뭘 해야 하나. 이것도 경험이 없다면 정말 낭패다.

가카 걱정은 이쯤하고 성과에 대해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공약 중 두 가지 정도는 지켰다. 비판 받는 와중에도 4대강 사업과 기업프랜들리 정책은 불굴의 의지를 발휘했다.

4대강 사업은 공약대로 빠르게 운하에 걸맞은 수로 사업을 완성했다. 뒷일에 대한 어마어마한 리스크는 시원하게 제꼈다. 뭐 벌써부터 물새고 사업기간동안 갖가지 사고들이 많았던 건 이미 예고됐던 일이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사업에 대한 예상이나 리스크에 따른 후속 대책은 원래부터 신경 안 쓰시는 모양이다. 쿨하다. 수 조원을 강바닥에 뿌리면서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내 돈 아닌데 어떤가. 역시 쿨하다. 갖가지 위험부담과 비판을 감수하고 공약을 실천했다.

또 하나는 기업프랜들리 정책이다. 정확히는 대기업프랜들리다. 부자감세부터 대부분의 규제 완화를 통해 올해만 해도 대기업들이 최대 수익률을 올리도록 도왔다. 대기업 수출의 금자탑을 쌓아줬다. 거기다 지속적인 대기업 이익을 위해 한미FTA도 입맛에 맞도록 체결했다. 권력에서 물러나도 ‘가카보호구역’은 제대로 만들어놔야 한다는 신념이 컸던 모양이다. 이 역시 예상대로 대기업프랜들리 정책을 성공시켰다. 여기서도 가카는 앞날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 쿨한 성격을 보여준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권력자가 물러나면 보호막을 치고 바로 등돌리는 프랜드가 대기업이지 않나. 설마 퇴임 후에도 ‘기업프랜들리’에 기대는 건 아니것지. 이 바닥 다 아시면서.

공약만 보면 가카 편 괜히 드는 게 아니다. 가카는 자신이 말한 주요 공약을 착실히 지켰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경제대통령 운운하며 강조했던 부분이지 않은가. 뭔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니, 선거비리니, 소통의 부재니, 측근 비리니, BBK 연루 의혹이니 하는 것들을 몰라서 대통령으로 선택했나. 그런 비리 다 없던 걸로 덮어줄테니 경제만 살려놓으면 된다고 각자 희망을 고문하며 뽑아준 것 아닌가. 근데 정말 가카가 경제를 제대로 살릴 것이라 믿었나. 대기업만 배불릴 것이란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았나.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까지 콩고물 떨어지지 않았다고 욕할 거 없다. 원래 가카나 대기업 마인드를 모르나.

기업 운영은 본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익이 안 되면 빨리 쳐내는 게 기본이다. 손해를 감수하며 소통만 할 순 없지 않은가. 가장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부분을 경영자가 선택해 빠른 기간 안에 목적을 완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나 국정운영은 전제가 다르다. 대화나 소통을 통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함께 끌고 가야 한다.

처음부터 가카에게 소통을 기대하긴 어려웠다는 얘기다.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건 더더욱 그렇다. 가카의 정치 마인드 한계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도덕적인 시스템이 먼저 필요한데 기업의 이익만 우선하는 가카에게 도덕까지 강요하는 건 욕심이었다. 뼛속까지 기업인인 가카에게 애초부터 무슨 도덕과 소통을 바랐나. 기업인이 할 수 없는 걸 요구하다보니 결국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들여 돌아왔다.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영역인데도 가카는 국정 운영자로 뽑혔다. 잠깐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데 뽑아놓고 이제 와서 욕할 거 없다. 가카에게 투표 안했다고 당당할 것도 없다. 국가적인 냄비 근성이 가카를 그렇게 몰아세웠을 수도 있으니….

한 개그맨의 물음에 덧붙여 다시 묻는다.
“당신은 정말 놀부가 아니라고 자신하는가?”, “제비다리 부러뜨리면 부자 될 거라고 생각했나?”,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에서 도깨비만 가득 나오니 당황스러운가.”, “가카 욕하는 당신은 정말 도덕적으로 완벽한가.”
놀부는 제비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도 함께 잘 살 수 있단 걸 믿지 못한다. 놀부는 놀부가 만든다. 가카는 누가 만들었나. 비싼 경험을 또다시 하고 싶은가. 해답은 스스로의 놀부 근성과 싸울 때 나온다. 난 정말 놀부가 아닐까?


공동출처 : <뒷간상상>http://koos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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