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자주 보는 SNS 페이스북(Facebook)에는 취업과 관련된 글로 가득하다. 하지만 필자 본인의 취업과 관련된 글은 한 두개 남짓. 나머지는 전부 친구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로 채워진 글이다. 그마저도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와 공채시험, 각종 공무원 대비 학원 광고들로 넘쳐났다.
"반값등록금도 실현 안 되고, 복지는 날로만 멀어져 가는 데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죠."
이제 곧 대학교 4학년을 바라보는 25살 A씨는 휴학을 신청하고 3개월 째 주말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도서관에서 공무원 준비로 책과 씨름하고 있다. 생명과학자의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던 그는 박사과정까지 최소 7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일치감치 접었다.
"박사도 요즘은 돈이 있어야 가능한 직업이죠. 현실적으로 7년동안 대학원 그 이상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요. 또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있는 직업인지도 모르겠고요."
이공계열의 대학원 진학의 경우 보조금이 없는 경우가 많고, 보조금이 있는 경우에는 지나친 경쟁을 방불케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들은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는 꼭 석사이상의 학위가 필요한데, 그나마 대학원에서 조교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등록금도 한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자리가 찬 상태여서 현실적으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면 10년도 넘는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길은 경찰 공무원. 하지만 당장에 학원을 등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 공무원 학원 강의는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해요. 1월 강의는 이미 마감됐거든요. 공무원 시험자체도 경쟁률이 대단하지만, 학원신청 하는 것도 경쟁이에요" 라며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제가 종종 도서관 자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저처럼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여요."
그러면서 필자에게 "한국어능력시험 본다고 들었는데, 같이 준비하면 어떨까요?"라며 반쯤 농담섞인 말을 건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국회를 꿈꾸던 A당 대학생위원회 B씨는 "대학생들이 요즘 학점이다, 스펙이다 뭐다 해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가지고 왔지만, 열악한 환경과 무급인턴제등 안 좋은 요건에 실망감만 안은 채 돌아서는 대학생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발표가 났지만, 이는 창업지원에 제한되고, 실제 대학교 취업지원과 잘 연계되지 않는 등 단점이 많다고 밝혔다.
정부에서조차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당위원회를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관심을 갖고 싶어도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생위원회는 정부참여를 위해 캠퍼스에 각 위원회를 배치해 놓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대학생들의 고민거리인 취업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이 반복돼 대학생들이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무시함으로 가득차고 있다.
"국회에 취업하고 나서도 국회공무원과 국회의원이 아닌 이상 다들 살기 힘들어서 그만두곤 하거든요."
현재 대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그는 대학교 사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들은 취업센터보다는 아직도 교수님을 통해서 취업하는 경우가 꽤 많아요. 그래서 전공과 맞지않는 학생들은 정말 자기혼자 힘으로 노력해야 돼요. 하지만 그런 맨발의 청춘도 사회에서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저도 고민이에요."
대학가에서 고시기획 등 공무원 시험자료와 그에 관한 신문들로 넘쳐나는 것은 어제 일이 아니다. 평균 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사회풍토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기성세대들이 저희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세대들은 IMF 당시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잖아요. 우리도 꿈꾸고 싶어요. 하지만 어느 자식이나 힘들게 사는건 원하시지 않잖아요.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죠."
그는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면서도 자신들의 심정을 알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옛날에 저희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하신말씀이 기억나네요. 꿈이 있는 사람은 빛이난다고.그런데, 빛을 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의식주만 해결되도 꿈꿀 수 있을텐데… 지금 제 꿈이 이젠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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