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zine

천안함 사고 발표, 의혹은 남다

북한제 어뢰 설계도 발표 모습



5월 20일 오전 10시부터 방송된 천안함 사고관련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사고에 관심이 많던 터라 발표 내용을 중간중간 지켜봤는데요. 어째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구린내만 심하게 나는 것 같아 냄새 땜에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네요.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을 풀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고, 처음부터 북한의 어뢰 공격에 초점을 맞춰서 기자회견을 했네요.


그것도 군 관계자들만 빼곡히 들어앉아서 해명하고, 민간 연구자들은 그냥 군에서 흘려준 폭발관련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실험 자료만 발표했고요. 현장 검증은 민군합동이 아닌 거의 군에서 맡아서 한 것처럼 보이네요.


물론 군의 발표대로 북한의 어뢰 공격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증거만 충분하다면 북한도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근데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했던 어뢰라고 단정하기엔 너무 근거가 미약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건 전쟁 위기까지 갈 수 있는 너무 중대한 문제이기에 정황상 비슷하다고 맞다고만 단정할 순 없습니다. 어선 몇 척이 그물로 끌어올린 어뢰 파편으로 이 어뢰가 사고낸 어뢰라고 확정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15일경 건져올린 어뢰를 단 몇 일만에 파악해서 확실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정황상 거의 맞다고 보는 수준의 발표였던 것 같은데요. 뉴스를 보니 어뢰도 인근 조류 흐름이 세기 때문에 물길에 휩쓸려 왔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직 조사나 실험도 진행 중이었던 것 같은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조사해 발표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작은 허점이라도 남길 수는 없지 않나요.


북한 어뢰 공격 외의 다른 가능성은 전혀 재고의 가치가 없다고 해도 국민들이 여러 가지 많은 의혹을 품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간단한 해명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뭐 언론상에서 나온 얘기들 중 몇 가지 짚어보면,

* 사고 당시 촬영한 TOD 영상이 왜 사고가 났던 시각인 10여분간만 없을까?(군은 당시 촬영한 해병대원이 깜박하고 찍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 여러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지적한 좌초 가능성, 선박 피로 파괴에 대해

* 사고 당시 '한미연합 독수리 훈련' 중이라는 사실도 은폐하려 했고, 훈련 중 오폭 사고였다는 의문에 대해

* 사고 당시 함포 사격이 20여분간 있었는데 미확인 물체를 새떼라고 해명한 것이 정말 납득할 만한가?

* 사고 지점에서 실종자를 수색한 것으로 알려진 故 한주호 준위의 사망이 왜 다른 제3지역에서 발생했을까?


이상 언론에서 나온 몇 가지 의혹 외에도 너무나 많은 은폐 의혹이 있습니다. 뭐 어뢰 공격이 확실하다면 굳이 여러 정황 증거물들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특히나 TOD 영상이 공개되면 정확한 증거로 인해 의심도 줄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어쨌든 군과 정부는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고 명확히 발표했습니다. 재론의 여지도 없다는 듯  못박았습니다. 이후 사고관련 얘기가 어떻게 흘러가든 이번 발표와 관련된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전쟁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줍니다. 최근 전쟁의 양상을 보면 대부분 미국이 개입돼 일어난 전쟁이 많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나라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중차대한 발표가 이리도 의혹투성이에 허점이 많아서야...만약 선거 등 정치적인 목적까지 더해져 급하게 발표한 거라면 그 책임은 더 무거워 질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말끔히 문제가 해결되셨나요. 천안함 사고로 사망한 젊은 영혼들에게 설명해 줄 떳떳한 얘기로 들리셨나요. 저는 뒷간 구린내 땜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만...


군 발표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 PD연합회는 ‘천안함 조사결과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네요. 

 

검증위원회는 민간 전문가와 국회천안함진상조사특위, 민군합동조사위원, 법조인 등의 자문을 거친 뒤, 정부와 군이 검증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부 발표를 검증 없이 신뢰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는데 군 발표 내용도 존중돼야 하겠으나 의혹이 남아 있다면 비판적 검증 작업도 거치는 것이 이 바닥의 도리가 아닌가 합니다. 


공동출처 : <뒷간상상>http://koosus.tistory.com
그대여! 느리고 진실한 스스로의 삶을 찾아, 새로운 작은 사회를 꿈꾸는 고독의 친구가 됨이 어떨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