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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zine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 … 아직도 진행중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으로 기록될 듯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두달이 지났다. 아직도 유정에서는 기름이 분출되고 있으며, 그 양은 하루 2만 5000~3만 배럴로 추정된다. 유출된 기름이 멕시코만 연안뿐만 아니라 플로리다 해변 너머 쿠바, 미국 남동해안과 나아가 북대서양에까지 펴져나갈 것으로 보여 그 피해 규모는 추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 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인재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아래 사진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모니터.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현재에도 콸콸콸 흘러나오는 원유를 실시간으로 볼수 있다.


http://www.ustream.tv/pbsnewshour

하루 3만 배럴 규모의 기름이 바다에 뿌려지고 있다. 그것도 60일 동안이나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기름이 새어 나올지 모른다. 배럴의 개념이 감이 안잡힌다면 우리가 공사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드럼통 한 개를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를 꼽는다면 2007년 서해안을 까맣게 오염시켰던 태안 사고인데, 이때 유출된 기름은 1254만 7000ℓ였다. 멕시코만 사태로 유출되는 기름 규모는 하루에 3만 배럴, 즉 476만 7000ℓ다. 이는 태안기름유출 사태가 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것과 같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최근 해양 조류의 흐름과 관련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바다 표면 가까이에 있는 기름이 멕시코만 조류에 의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주를 넘어 수주일내 대서양 연안 등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기름은 해양 조류를 타고 미국 대서양 연안 북쪽으로 계속 이동할 것이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대서양 연안을 지나 북쪽과 동쪽으로 급속도로 확산, 대서양 한복판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NCAR 측은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환경적 재앙이 미칠 수 있는 지역은 플로리다주 해안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기름 유출 차단, 감압 유정 방식만이 유일한 희망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지난 4월 20일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에서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일어났다. 작업 중이던 ‘딥 워터 호라이즌’이라는 석유시추시설이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면서 해저로 침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유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대형 철제 파이프에 3개의 구멍이 생기면서 기름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1500m 해저에 있는 유출 구멍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동안 폭발방지기 수리, 대형 오염물질 차단 돔을 설치하는 등 유출 구멍 차단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의로 돌아간 데다 마지막 방법으로 실행한 톱 킬(top kill) 방식마저 실패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BP는 현재 차선의 방법으로 유출 차단 캡을 설치해 이 캡을 통해 기름을 일정부분 빨아들이고 있지만, 이는 유출되는 기름의 1/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최후의 차단 방법은 감압 유정 방식뿐이다. 감압 유정은 해저 매장 기름까지 연결된 시추용 파이프 아래쪽(해저 약 5500m 지점)에 새 파이프를 박아, 그 파이프를 통해 기름을 뽑아내는 장치다. 유정의 압력을 낮춰 기름이 위로 뿜어져 나오지 못하게 막는다는 계획인데, 이 방식은 8월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별도의 방식이 도입되지 않는 한 기름 유출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BP는 5월 2일부터 첫번째 감압유정 시추 작업을 실시해 1만 3978피트, 즉 4200m까지 내려가 작업을 진행 중이고 두번째 감압유정은 5월 16일 시추작업에 들어가 2750m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두개의 비상용 감압유정 시추는 약 3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걱정해야 할 것은 감압 유정 시추 작업의 실패율이 높다는 점이다. 현 사태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던 호주의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했을 당시에도 이 방법이 시도됐지만, 성공하기까지 네 번의 실패를 거쳤고 10주라는 기간이 걸렸다. 더욱이 감압 유정 설치마저 실패한다면 더 이상의 대안이 없어, 기름 유출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그 지역 원유 매장량을 알고 있는 BP만이 예측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MSNBC(Microsoft National Broadcasting Company)가 제기한 ‘둠스데이 시나리오’, 즉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 가까운 충격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다. MSNBC는 지난달 바다 바닥 침식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바다 바닥 침식 현상이란 파이프가 박혀있는 구멍 주변의 지표층이 기름에 젖어들면서 침식, 엄청난 양의 오일이 파이프와 상관없이 바다 지표층 여러 곳으로 분출돼 사고 지점 유정에 박힌 파이프를 기술적으로 막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BP 기름 유출량 축소 발표, ‘눈 가리고 아웅’

한편 하루 유출되는 기름량을 두고 각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BP는 사고 직후 하루 1000배럴로 발표했다가 나중에 다시 5000배럴로 높여 수정한 바 있다. 이에 엄청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비디오로 목격한 전문가들은 “BP가 기름 유출량을 축소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미 정부 조사단의 마샤 맥너트 지질학서베이 이사는 “조사 방법에 따라 최저 2만 배럴에서 최고 6만 배럴까지 차이가 있으나, 가장 근사치의 유출 추정량은 2만 5000~3만 배럴 사이”라고 밝혔다.
BP가 원유 유출량 추정치를 축소해서 발표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BP는 유출된 원유 1배럴당 벌금 3000파운드를 내야 한다. 특히 BP는 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사가 파내고 있던 유정의 매장량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 피해 규모, 회생 불가능 상태 돌입 

이번 기름유출 사태에 가장 가까운 루이지애나주의 환경 피해 규모는 이미 산정하기가 어려울만큼 타격이 크다. 멕시코만 일대는 미국 습지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야생생물의 보고다. 이 일대 수십 개 야생생물 보호구역 가운데 최소 10군데가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연안 환경보호 사업이 하루아침에 허사로 돌아간 것이다. 유출된 기름은 이미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해안을 덮쳤다. 광활한 수로와 늪지가 펼쳐진 바라타리아만 일대의 해안 모래언덕과 섬들이 파도에 밀려온 원유 더미로 뒤덮였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이와 함께 검은 기름을 덮어쓴 바닷새와 바다거북, 해안가에 달라붙은 흑갈색의 기름찌꺼기, 기름 범벅이 된 게들이 해안 곳곳에 나뒹굴고 맹그로브 숲도 기름에 절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명한 브레튼 국립야생생명보호구역 중 일부분인 무인도로 이루어진 루이지애나 샹들레르 군도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작은 제비갈매기 등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동물 천국으로 루이지애나 주정부 야생동물어업국에 따르면 어류 445종, 조류 134종, 포유동물 45종, 파충류 32종 등 모두 600여 종에 이르는 생물체가 이곳에서 서식 중인데, 이 가운데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바다거북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피해 해안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야생동물의 터전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해안가는 많은 해양 동물들의 알이 부화를 기다리는 임시 거주지이며, 이곳이 피해를 입을 경우 1세대를 넘어 2세대까지 영향을 미쳐 해양 동물과 바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고, 결국 이런 영향은 고스란히 사람에게 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피해는 해안은 물론 바다 속도 예외가 아니”라며,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많은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름유출은 바다 표면이든 바다 속이든 그 피해는 동일하다는 것. 특히 기름을 분해하기 위해 뿌린 화학약품 때문에 기름 덩어리가 작은 입자들로 쪼개졌고 화학약품과 결합해 무거워진 입자들이 수면 아래에서 떠다니고 있어 바다 속 오염은 오히려 더 심각하다. 멕시코만 심해에 사는 10종류의 상어와 함께 6종류의 거북, 바다소, 고래, 그리고 물고기 등도 위협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기름유출로 인한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멕시코만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조류를 포함한 해양 동물들이 수일 내에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멕시코만 해양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1600Km 이상의 해안 서식지와 바닷가가 다시는 재생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어종이 파괴되어 오랜 시간 동안 어업에 차질이 생기며, 지역 경제가 수년 동안 침체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생태계의 파괴로 치닫게 되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다.

어업-관광 산업 피해, 심각한 수준

이와 함께 경제적인 타격도 심각하다. 우선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산업은 바로 어업이다. 이미 어업 재해지역으로 선포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3개 주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이 지역에서는 현재 어업 활동이 중단되어 어부들의 생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멕시코만 지역은 미국 전체 상업용 해산물 생산 가운데 1/5, 새우 생산 3/4, 레크리에이션 해양 낚시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루이지애나주는 어업에서만 연간 3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해산물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어종은 굴이다. 이 지역 양식장에서 미국 전 지역으로 공급되는 굴은 전 미국 소비량 가운데 67%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파괴된 굴 양식장이 복구되는 데 최소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만 경제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관광 산업 역시 원유 유출 여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멕시코만 전체 경제의 약 46%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의 연간 경제규모는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유출된 기름이 해안으로 밀려들어가면서 플로리다주에서는 3개월 후까지 관광객들의 예약이 취소됐다. 미시시피주는 전체 예약의 약 50%가 취소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오바마 정권, 위기 봉착

이번 사태로 인해 오바마 정권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 “이번 사고의 모든 것은 BP의 책임”이라 규정지어, 처리를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가 재앙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국정운영은 물론 11월 중간선거, 나아가 2012년 재선까지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름 유출 사태가 50여 일이 지남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공동으로 실시, 발표한 여론조사결과 ‘이번 기름유출 사태에 대한 연방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9%나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이 형편없다는 평가가 32%였고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37%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69%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6%, 훌륭하다는 여론은 2%로 긍정적인 대답은 28%에 그쳤다. 이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지 2주만에 실시됐던 여론조사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응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던 62%보다도 7%p 더 많은 것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다. 그는 “멕시코만 사태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이라고 규정하면서 “사고 현장에서 유출된 원유의 피해는 급속히 확산되는 전염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주일 내 파괴된 유정에서 90%의 기름을 회수하고 여름까지는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름띠 피해를 겪고 있는 4개 주에 1만 7000명 이상의 주방위군을 조속히 방제 작업에 투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해양 오염의 원인, ‘人災’

이번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폭풍우에 의한 유조선 전복과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BP의 비용절감을 위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원인부터가 비용 절감, 즉 돈 때문이었다. 기름 유출의 원인이 된 4월 20일의 폭발 사고는 석유굴착장비를 다른 시추 지점으로 옮기려고 서둘러 유정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원유 채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자랑해 온 BP는 그간 안전 문제에서 악명을 떨쳐 왔다. 2005년 텍사스 BP 정유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15명이 죽었다. 그런데 이 사고 뒤에도 BP는 안전 문제를 시정하지 않아 지난해 10월에 8700만 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특히 BP는 시추 장비의 안전밸브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고를 낸 석유 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에도 안전상의 결함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시추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내부 문서에서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CNN방송또한 멕시코만 원유유출 발생 50일이 되는 8일 “석유시추시설 딥워터호라이즌 폭발사고 당시 생존자들이 BP의 과도한 공정단축 지시 때문에 온갖 편법을 동원 안전규정을 상습적으로 어겨왔다”고 밝혔다. 시추 작업 시 유정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무거운 진흙을 사용해야 하지만 작업속도를 높이려고 이를 무시했다는 것. 사고 직전 작업은 예정보다 5주 늦어졌고 하루 지연비용은 75만 달러에 달해 직원들의 압박감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은 “일이 돌아가는 방식이 늘 그랬다”며 “안전문제를 지적한 직원들은 해고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사건으로 기록될 이번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는 이제 곧 멕시코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플로리다주를 비롯해 동부 전역, 나아가 대서양 전반에 걸친 대재앙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사태를 맞아 책임 추궁과 손해배상 청구보다 먼저 힘을 모아 더 이상의 유출을 막고 오염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