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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zine

박지성 왼발의 역사, 그리고 반성(?)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골 넣고 우월한 세리머니^^



6월 12일 저녁 8시 우리나라와 그리스의 남아공 월드컵 예선 1차전 경기.


역시 100만 조기축구인 중 한명으로서 축구부원 몇 명과 남성역의 작은 주막에서 응원차 모여 경기를 봤다. 주변에 동네 주민도 몇 팀 모여 ‘대~한민국’을 남발해 주시면서….


의외로 전반전에 골이 일찍 나왔고 덕분에 응원도 점점 격해지는 것이, 조기축구할 때보다 응원하는게 더 다리가 풀렸다. 거기다 아쉬운 장면만 나오면 술도 계속 들어가면서….


후반전 초반. 박지성이 느닷없이 나타나 수비수 둘을 제치고, 골키퍼까지 속이는 가벼운 왼발슛!! 우리나라 축구에서 저렇게 골 넣는 경우도 있구나 싶었다. 골 넣고 풍차돌리기 세리머니를 하는데 주막에 있던 사람들 모두 풍차돌리기를 따라해 주시고…. 술은 또 계속 들어가 주시고….


다음날 정신 좀 차리고 생각해보니 박지성의 왼발골에 대한 역사가 떠올랐다. 박지성은 오른발잡이다. 하지만 ‘주력 발’(오른발)보다 ‘도움 발’(왼발)이 가진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


박지성의 왼발과 관련된 몇 장면을 잠시 떠올려본다.


# 장면 1. - 2002년 한일 월드컵 전 프랑스와의 마지막 평가전.

박지성은 당시 세계 최고 골키퍼 반열에 있던 ‘바르테즈’의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결과는 3:2로 졌지만 4강 신화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 골이었다. 진 경기를 보고 감격했던 순간은 그때 처음이다. 박지성 왼발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장면 2. -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

가슴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로 수비수 제치고 바로 왼발 강슛!! 조 1위로 16강행을 결정하는 골이었다.(이게 뭔일이냐, 우리나라가 조 1위로 올라가다니…) 이 골은 자주 월드컵 하이라이트에 소개되니 축구에 관심없는 분들도 잘 아시리라 본다. 이 왼발 골로 인해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 따라서 유럽진출까지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 장면 3. - 2005년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AC밀란과의 경기.

당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소속이었던 박지성은 골대 앞으로 늑달같이 달려들어 강력한 왼발슛을 꽂아넣는다. 이 골도 자주 리플레이 되서 아시는 분은 많이 아시리라 본다. 이번 왼발슛은 이 경기를 본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세계적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불러들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를 만든 왼발슛이었다.


# 장면 4. - 2009년 6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 이란과의 경기.

1:0으로 끌려가던 후반 10분을 남기고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2:1 패스를 주고 받아 각이 없는 골포스트로 강력한 왼발슛!! 이는 20년만에 월드컵 지역 예선을 무패로 장식한 골이었다. 게다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까지 동반 진출하게 만든 골이기도 했다. 당시 북한의 ‘정대세’가 ‘박지성 왼발 땡큐(?)’를 연발했었지….


(그리고 중간에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 간간히 왼발 소식을 들려주긴 했으나 역사적이라고까지 평가하긴 뭐하니 생략….)


# 장면 5. 2010 남아공 월드컵 예선 1차전 그리스와의 경기.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 너무나도 가벼운 왼발슛!! 박지성이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3회 연속 골을 성공시킨 역사적 순간이다. 안정환과 함께 아시아인 월드컵 최다골의 주인공도 됐다. 필자에겐 골 들어가고 나서 밤새도록 눈물 글썽이며 풍차돌리기를 하게 만들고 다음날까지 진빠지게 했다.


# 그리고 그 후…반성?

아직 박지성의 왼발은 활발히 진행형이다. 남아공 월드컵도 진행형이다. 이미 왼발로 보여줄 건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본다. 그럼 어떤 역사적 왼발이 남아있을까?

왼발의 역사를 더 이루기보다 박지성도 반성할 게 있다. 너무 왼발만 띄워준거 아닌가. 오른발잡이가 너무 오른발을 소홀하게 대접했던 건 아닌지 심히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럼 적어도 ‘오른발’에게 아시아인 월드컵 최다골의 주인공 자리는 넘겨주는 게 도리가 아닌가. 이글을 볼 지 안볼 지 모르겠으나 공감한다면 남은 월드컵 기간 동안 실천에 옮겨주길 바란다. 왼발의 역사를 돌이켜보니 해도 너무했다. 그동안 묵묵히 참고 있던 오른발에게 ‘위로’와 더불어 ‘보답’까지 해주길 바란다. 

공동출처 : <뒷간상상>http://koos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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