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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zine

극동 축구의 가능성 - 한국의 축구를 하자


이번 월드컵의 토너먼트에서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16강 초반에 떨어졌다. 



일본이 남아 있지만 16강의 벽을 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잖다. 그러나 일본이 카메룬 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그들이 염원하는 4강이 불가능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84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세번의 월드컵에서 각각 4강, 1승 1무 1패 17위 조별예선 탈락, 그리고 이번에는 16강의 성적을 거뒀다.
한일월드컵 4강의 성적을 폄하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2006년, 그리고 이번 월드컵의 성적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며 이번에 보여준 경기 내용으로 봐서도 확실히 만회할만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동반 16강에 진출함에 따라 아시아 출전 4개국 중 절반이 16강에 올랐다.
일본 또한 2002년 월드컵 16강 이후에 변변치 못한 성적을 거둬 아시아 티겟 배정 논란의 주범이 됐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극동아시아의 위력을 보여줬다.

북한또한 마찬가지였다.
국제축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자신들만의 축구를 했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임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언론에선 아시아 축구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아시아 축구의 색깔을 이제서야 찾은 것이다.
또한 이 색깔을 갖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고, 이를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한 최초의 무대였다.


그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세계 선진 축구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투자와 함께 열심히 노력해왔다. 
여기서 선진 축구라는 것은 유럽과 남미 축구를 말하는데, 이들 축구에는 체격이나 발재간 등 동양인으로서는 범접할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아무리 따라가려고 해도, 정말 따라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류이며 한계가 있었다.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중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유럽 스타일의 조직축구를 표방한 우리나라의 뻥축구나
남미축구를 빼껴왔지만 순둥이 축구로 폄하당하곤 하는 일본축구.
(중국은.... 스타일 이전에 기본기부터 다시 다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두 외국인 감독이었음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번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극동아시아의 감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 자국인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허정무 감독,  북한 김정훈 감독, 그리고,,,,,, 일본의 망신이라던 오카다 다케시 감독





물론 이들은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전체적으로 상대 전술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면이 아쉬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동양인들이 할 수 있는 축구를 세계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점에 주목할만 하다.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남미처럼 개인기가 탁월하지도, 유럽처럼 강력한 체격과 짜임새있는 조직력을 갖고 있지도 않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좋은 것은 딱 하나.
바로 체력이다. 그들보다 한걸음 더 뛰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바로 체력이다.
그것은 박지성의 빅리그에서의 활약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는 개인기나 골 결정력이 다른 공격수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위치 선정 역시 탁월하지 않다. 
또한 상대 수비수들보다 체격도, 스피드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유럽에서 보여준 것은 유럽인들도 남미인들도 갖고 있지 못하는,  
바로 두개의 심장으로 불리는 체력이었다.

한때 우리는 이 강력한 체력 축구를 통해 4강신화를 쓴 적이 있었다.
강력한 체력을 통한 압박 축구를 토탈 사커라는 네덜란드 축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히딩크가 갖고 온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동양인들에게 딱 맞는 전술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일본이 카메룬전에서 보여준 미들에서부터의 압박을 통한 체력 축구를 갖고 한국축구를 본땄다고 하지만 오카다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또다른 일본의 것이었다. 
미들에 5명을 둠으로써 돌파에 의한 중앙 공격이 능한 카메룬을 꽁꽁 묶은 것이다.
물론 한골 넣고난 후에 그 한 골을 지킨답시고 색깔을 버리고 수비만 하다가 낭패를 볼 뻔했지만
골을 넣을 때까진 자신들의 축구를 한 것이다.

사실 네덜란드 축구는 전식민지 아프리카에서 온 귀화선수들과 게르만의 피가 하모니가 이뤄질 때 탁월한 성적이 나타난다. 프랑스의 아트사커 역시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는 아니다. 우리는 정신적인 의지와 체계적인 훈련방법, 그리고 고된 훈련을 극복해낼 수 있는 많은 선수들이 있다. 물론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번득이는 골 게터들을 막아낼만큼의 순발력을 지닌 수비수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체력을 뒷받침한 우리의 축구가 세계 축구에서 먹혔을 때만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자신의 축구를 잃어버렸을때 인민루니라 불리는 정대세는 아무 필요가 없었다. 또한 강력한 체력을 통한 압박 축구에서는 공격수가 골을 넣는 것보다 뒤따라오는 미들이나 수비수가 넣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탁월한 골 결정력보다는 전원이 유효 슛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

여하간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극동 축구가 세계 축구에서 먹힐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되지도 않는 유럽 축구니 남미축구 접목이니 그러면서 비싼 돈 주고 말빨 좋은 외국인 감독 섭외하는 일 따윈 제발 그만두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진 전술이 필요하다면 테크니컬 코치를 고용하면 그만이다.
그냥 우리나라에 맞는 축구를 찾아 그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축협이 할일이 아닌가?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떤가.. 
난 우리의 축구를 보고 싶을 뿐이다. 

p.s : 우리나라는 어설프게 전술을 쓰지 않았으면 좋을뻔 했다. 그냥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오히려 나은 듯. 허정무 감독의 전술은 모두 실패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