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즌도 어느덧 3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시즌 초반 혼잡한 순위 테이블도 여전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선수들의 패턴 역시 여느때와 비슷하다. 그런데 한 선수에게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맨유의 심장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에게서 말이다.
2011-12 시즌 박지성은 현재까지 총 6경기에 출전했다. 4승 2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 평점도 6.5로 준수한 성적이다. 1골 3도움이라는 개인기록도 매우 좋다. 수많은 언론에서 줄어든 박지성의 출전시간과 나니, 영의 활약을 두고 그의 위기설을 뿌려댔지만 보란듯이 시즌 초반을 박지성답게 헤쳐나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박지성의 출전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의 박지성은 후반 조커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는 보통 선발로 출전해서 후반 55분이나 65분경에 교체 아웃되는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다. 이런식으로 곧잘 교체되는 박지성의 패턴때문인지 '오십오지성' 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박지성의 시즌 초반 6경기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하다. 풀타임 3번, 교체 투입 3번. 지난시즌까지는 그가 항상 교체 아웃되어왔던 시간에, 이제는 교체 투입되어 들어가는 모습이 신선하게 보인다. 더 새롭게 보이는 건 바로 풀타임 출장인데, 퍼거슨은 박지성에게 일주일의 휴식시간을 주거나 짧은 교체투입만을 시킨 뒤 선발로 출장하는 경기는 온전하게 풀타임 소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지난시즌 긱스의 패턴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제목에서 언급한 '제 2의 긱스'에서 긱스는 전성기 시절의 긱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2010-11 시즌의 긱스를 두고 말한 것이다. 후반들어서 어수선해지는 팀 분위기를 잡아주는 긱스, 충분한 휴식으로 몸을 가다듬은 뒤 승점이 반드시 필요한 경기에 나서서 승리를 챙겨오는 긱스. 어쩌면 퍼거슨은 이러한 긱스의 역할을 박지성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지성은 이미 지난 6경기에서 충분히 긱스를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나니나 영의 컨디션이 저조해졌을 때 대신 들어가 공격진에 활력을 더하기도 했고, 안데르손이나 플레쳐가 판단력을 잃고 헤맬 때는 그들을 대신해 중앙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게다가 풀타임으로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3번 정도 자리를 변화해가며 팀 전체 전술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여우같은 퍼거슨의 머리 속을 완벽히 예상하기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박지성을 활용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리고 박지성은 변화된 자신의 역할에 매우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맞이하는 본격적인 첫 시즌이다. 이제 완벽한 맨유맨으로써 자리를 잡아갈 때인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의 활약에 따라 맨유에 길이길이 남을 아시아 레전드 선수로써, 팀과 후배선수들의 기둥이 될 수 있는 긱스같은 선수로써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중반 레이스를 앞둔 지금, 박지성의 변화된 행보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작성자: ripbird (노재웅) 주소: www.cyworld.com/ripbird (블로그)
'스포츠 zi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위기의 아스널, 개막전부터 위험하다?! (3) | 2011.08.10 |
---|---|
극동 축구의 가능성 - 한국의 축구를 하자 (0) | 2010.06.27 |
박지성 왼발의 역사, 그리고 반성(?) (1) | 2010.06.14 |
아르헨티나 우승 후보? 한국, 그리스의 가능성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