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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 발표, 의혹은 남다 5월 20일 오전 10시부터 방송된 천안함 사고관련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사고에 관심이 많던 터라 발표 내용을 중간중간 지켜봤는데요. 어째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구린내만 심하게 나는 것 같아 냄새 땜에 머리까지 아플 지경이네요.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을 풀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고, 처음부터 북한의 어뢰 공격에 초점을 맞춰서 기자회견을 했네요. 그것도 군 관계자들만 빼곡히 들어앉아서 해명하고, 민간 연구자들은 그냥 군에서 흘려준 폭발관련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실험 자료만 발표했고요. 현장 검증은 민군합동이 아닌 거의 군에서 맡아서 한 것처럼 보이네요. 물론 군의 발표대로 북한의 어뢰 공격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증거만 충분하다면 북한도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을 것 같은데요. 근데 증.. 더보기
<바보만들기>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근대화 교육의 역사는 프러시아에서부터 시작됐다. 국가주의에 근거한 사회 통합을 강화하던 시기의 교육을 말한다. 이는 미국에서도 빌려왔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모방됐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식 근대화 교육이 그대로 흡수됐고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는 근대화 교육이 뿌리내리는 과정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럼 우리나라 근대화 교육 과정을 잠시 돌아보자. 대화와 타협을 찾아볼 수 있나. 관용과 배려, 균형과 조화, 이성적 비판과 타협, 진실에 대한 끝없는 추구 등등…. 지난 20세기 역사의 어느 페이지에 이같은 구절을 볼 수 있을까. 너무도 추상적인 용어들을 실천한 이는 몇이나 있을까. 군이 통제하는 국가의 절대적 권력 앞에서 대화를 요구하긴 힘.. 더보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슴이 북받친다. 시인의 세상에 살고 싶다. 시인의 나라에서, 술익는 마을에서 윤동주와 거닐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윤동주의 첫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대표적인 시, ‘서시’다. 시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인가 잠깐 들어본 이 시가 너무 가슴을 북받치게 한다. 어두워 보이지만 밝음을 잃지 않고, 상실한 듯 하지만 뭔가 기백을 느끼게 해주고, 맑은 영혼이 다가옴을 느낀다. 식민지 시대, 나라 잃은 젊은이의 괴로움을 노래하던 시. 국가의 권력이 남용되던 때, 젊은이들에게.. 더보기
리영희 선생의 호랑이 눈을 기억하며... 리영희 선생.. 참으로 눈물나게 하는 사람이다. 실천하는 지식인. 절대 피해갈 수 없는 호랑이의 눈과 심장을 가진 이. 하루도 허투로 살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절대의 진실만을 신봉한 글꾼. 현대사를 그대로 관통하면서 하루도 허투로 살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진실에 대한 열정이 뼈 속 깊이 박혀있는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리영희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선생이 그의 호랑이 눈으로 호통을 치고 있는 것 같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한다. 너무 사회를 모르고 살아왔고, 비판에 멀어졌었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관용과 배려가 민주주의라고만 생각하던 것에 대한 대가는 무식함과 게으름, 나태, 무가치한 시간 낭비로만 돌아왔다. 눈물만 고인다. 왜 기자를 하려고 했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모든 해답이 .. 더보기
<지붕킥> 어느 산골 소녀의 사랑 이야기 ‘지붕뚫고 하이킥’이 끝났다. 드라마에 관심이 없던 내게 드라마와 시트콤, 코미디, 철학의 장르 경계를 허물고 상호 소통의 단계를 성찰하게 해준 또 다른 형태의 극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유적의 시기와 맞물려 함께 했던 극이기도 하다. 처음 시작은 1회 때 세경이 시골에서 동생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작됐고, 세경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대사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을 바라진 않았지만 뭔가 답답한 심정이 억누른다. 굳이 지훈과 세경의 ‘사고사’를 암시했어야 했는지, 그럼 남은 가족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어느 산골 소녀의 성장기는 결국 슬픈 자화상만을 남겨야 했는지 많은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 이 시트콤의 결말을 두고 말들이 많다. ‘내가 만약 PD 였다면 그냥 즐겁게 웃고 넘.. 더보기
나와 나 사이의 경계속으로 - 왼손잡이의 주문 평생 자신을 알아가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또 있을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가장 나다운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모든 나에게 둘러쌓인 장벽을 걷어내고 제거한 후 남은 ‘나다움’의 마지막 실체는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부터 철학의 역사도 괘를 같이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너무도 오래된 질문이고 명확한 답변도 내리기 힘들다. 누군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는 과정이야 말로 인류가 발견한 가장 최초의 정신병 일종”이라는 얘기도 한다. 공감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절한 바닥을 겪고 쓰러져간 이들이 너무도 많기에. 어쩌면 태초부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아예 존재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이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