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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zine

애플로 돌아갈래

현재 사용중인 맥북. 가장 낮은 사양임에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한다.


1. 어릴적에 만난 매킨토시

맨 처음 만난 컴퓨터는 애플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당시 명칭으로는 '국민학교'를 가던 시절의 친구 집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애플컴퓨터가 있었다. 당시 꽤 잘사는 친구이기도 했고 어머님이 의사였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 시절 친구의 집에 있는 애플컴퓨터로 오락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컴퓨터 사용 1세대 쯤 될 거라 생각하는데, 아마도 '로드러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략 해당할 것이다. 미이라를 피해 땅을 파고 묻은 뒤 돌아다니면서 보물을 걷어들이는 내용인데,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비디오게임으로 나온 적도 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꽤 나중에 나온 비디오게임용 로드러너시리즈라고 한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컴퓨터라는 것은 마우스로 그림만 찍고 키보드로 게임이나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훗날 윈도우로 불리우는 GUI를 실현하고 있었다.) 나중에 Basic을 배우면서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테이프에 저장을 하고 오로지 명령어로만 작동하는 컴퓨터. 이후의 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의 세상이었다. 특히 대학교를 갈 때 쯤에는 매킨토시는 소수의 매니아들만을 위한 컴퓨터로 전락했다. 그래도 뛰어난 편집프로그램인 Quark과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이 모두 매킨토시에서 주로 돌아갔기에 산업현장에서는 필수였다.



2. 스티브잡스는 천재다. 

사실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돌아왔는지도 몰랐고 픽사를 그 형님이 세운 걸 안건 요즈음 일이다. 픽사도 '토이스토리'라는 걸출한 작품으로 알게됐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의 마지막 소식은 Next라는 회사를 세웠다가 망했다는 것이다. 워크스테이션급 PC를 가정에 보급하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계획으로만 그친 것이다. 잡스형님이 다시 애플로 돌아간 후 디자인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제품이 애플에서 나오게 된다. 일명 조개껍데기, 아이맥이다. 누드케이스, 조개를 닮은 곡선의 외형은 디자인 하나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스티브잡스가 대중적인기를 받았던 것이 이때부터 일거다. 사실 컴퓨터를 좀 안다할 뿐 그회사를 누가 세웠는지까지 관심을 두진 않았다. 빌게이츠야 여기저기서 불러서 알 수밖에 없었고 그 이전의 잡스는 패잔병이었으니. 그 패잔병이 돌아와서 전쟁영웅으로 승리할 때까지 다시 10년이 걸렸다. 

아이폰
지난해 여름까지 아이폰을 기다리다 지쳐서, 정확하게는 통신사들을 못 믿어서 터치폰을 샀다. 그리고 3개월 뒤 아이폰이 KT에서 정식으로 나오게 된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초유의 사건을 빌미로 아이폰을 구입한지 3개월 됐다. 사실 지금 내 상태는 애플빠라고 불리울만한 상태다. 온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세상에 갇혀 있던 20년의 철창에서 이제서야 빠져나온 듯한 감상을 갖는다. 노트북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었기도 했지만 아이폰이 내게로 온 뒤였기에 고민하지 않고 맥북을 구입했다. 구입하면서 아무래도 윈도우를 더 많이 사용하고 맥은 가끔 사용하게 될 것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정 반대가 됐다. 난 애플의 천재성에 빠져 있다.



3. 애플이 도대체 뭐가 좋아?

한 입 베어문 사과를 건네받는다면 그다지 기분이 좋진 않을 게다. 그런데 애플이란 회사는 베어문 사과 로고를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사업부분에서 본다면 앞에서 본 아이맥 이후의 행보는 진보, 그 자체다. 가장 큰 변화는 예전부터 고수해왔던 CPU와 칩셋을 라이벌이라 여겼던 Intel로 바꾼 것이다.  어떤 이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싸움에서 가장 큰 무기는 CPU였다고 주장할 만큼 CPU는 PC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변화는 OS x 스노우레오파드 버전에 이르러서 정식으로 애플 오에스와 윈도우 오에스를 같이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Bootcamp의 기본 장착으로 이어진다.  

키보드 F3버튼 하나로 창을 전부 나열해 준다.

사실 Bootcamp가 아니었다면 쉽게 맥북을 사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더구나 맥OS를 주로 사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변화가 지금 애플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바람인 것 같다. 겉으로는 아이폰, 아이패드등으로 이슈를 이끌 고 있지만 애플에게 매킨토시라는 PC가 없었다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반쪽짜리 OS를 달아야 했을 것이다.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에게 편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절대적인 편리함이란 없는 것이어서 습관이 된 것이 더 친숙하고 편리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편리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편리하다고 주장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아들 때문이다. 

어린 아이가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정말 쉽고 편리한 것이다. 이제 20개월 된 우리 아들이 화면을 키고, 잠금버튼을 밀어서 열고, 자신이 원하는 게임앱을 찾아서 실행시킨다. 한참 가지고 놀다가 중단되면 다시 밖으로 나와서 다시 실행시키기까지 한다. 아빠 얼굴을 보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아이폰을 가지고 가서 앉아 이것저것 실행시키는 일이다. 참고로 우리 아들은 아직 말도 할 줄 모른다.

맥북을 보자. 한 손가락으로 터치해 마우스 포인트를 움직이는 거야 별게 아니다. 여기에 멀티터치를 적용해 두손가락으로 위아래 휠, 좌우 휠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확대, 축소를 자유자재로 한다. 웹브라우저에서는 세손가락으로 앞페이지, 뒷페이지를 왔다갔다한다. 대쉬보드를 실행시키면 위젯이 튀어나와 계산기나 달력 시계를 쉽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어플리케이션이 좋다. 페이지나 키노트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MS office를 능가한다고 소문이 나 있다. 미디어쪽 어플은 아예 기본으로 깔려 있다. 사진관리 프로그램인 iphoto는 날짜별, 장소별, 사람별로 구분을 해 주고, imovie는 윈도우 기본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인 moviemaker와 비교를 거부한다. 심지어 전문가처럼 음악을 편집할 수도 있는 Garageband도 기본 프로그램이다. itunes는 말하면 손만 번거롭다. 

악기소리를 편집하는 Garageband.

동영상편집용 툴 - imovie

어도브는 원래 애플 때문에 컸다.



맥용 소프트웨어의 장점중 하나는  Google과의 쉬운 연동이다. 프로그램들마다 구글연동이 기본으로 지원된다.(이부분은 운영체제 버전별 차이가 있으므로 누구에겐가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잡스가 프리젠테이션마다 "Amazing, amazing!"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윈도우에서 그렇게 힘들게 설정하던 것을 맥OS는 아이디/패스워드 입력에 다음 버튼 몇번 누르는 걸로 끝이다. 

4. 다시 애플로 돌아가며

오랫동안 정들었던(?) 윈도우를 버리고 가는 것이 맘 편한 것만은 아니다. 아마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깊이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없다. 아이폰과 드로이드를 동시에 만졌던 기억만큼 또렷이 맥OS와 윈도우의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쓸 때도 있지만 예전만큼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고 앞으로 맥에 더 편리한 웹환경으로 바뀔테니 기다려야 할 부분도 있다. 

27인치의 엄청난 디스플레이를 가지고도 가격은 230만원 밖에(?) 안한다.




아이폰으로 자유로움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맥에도 도전해보길 권한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신경 쓸 부분은 있지만 윈도우 처럼 바이러스 걱정 안해도 되고, 포맷 자주 안해도 된다. 정 걱정되더라도 신형 애플 시스템은 윈도우와 겸해서 쓸 수 있다. 아마 나처럼 맥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거라 믿는다. 


iPhone 에서 작성되고 맥북에서 편집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