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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zine

<여성리더십> 여자는 남자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정계 진출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여성성을 강조한 리더십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몇 년전 ‘여성, 리더 그리고 여성 리더십’이라는 책을 통해 여성 리더십의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양희 평등정책연구실장을 만났습니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리더십'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인 듯합니다. 하지만 남성성이 강조된 리더십의 '오만과 편견'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네요.


- ‘여성, 리더 그리고 여성 리더십’ 저자 김양희 박사
인터뷰


남성들만이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조직을 통솔하고 이끄는 데 강한 남성상은 경영에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까?
리더는 남성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관철시키는 불도저형의 과감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직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 카리스마는 남성에게만 있다는 편견도 많다.

남성 위주의 지도력으로 우리 근대 역사를 일궈왔으나 현재는 이같은 획일적 지도력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여성성을 강조한 리더십의 틀로 바꾸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 리더십의 재발견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편이에요. 다양한 리더십센터가 들어서 있고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는 듯하지만 연구에 대한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하죠.”


“특히 리더십을 얼마간의 교육으로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죠. 리더십은 기술적인 부분에만 매달려서 하루아침에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인격적인 부분에서 숙성돼야죠.”


리더십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리더십 연구 외에도 전국민의 리더화, 초등학생을 위한 리더십 교과서까지 등장했다.


리더십 교육의 홍수 속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김양희 실장은 리더십에 대한 관심에 비해 깊이 있는 연구는 ‘아직’이라고 한다.


리더에 대한 학습도 중요하지만 교육 여건도 부족하다. 관습적인 리더 상을 제시하는 것에만 머무른 연구가 대부분이다. 직급에 따라 세분화된 리더십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리더는 단지 한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생각이 직급별 리더십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더구나 여성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더욱 부족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 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인맥에 대한 영향력은 강하다. 조직 사회에서 적응을 잘하려면 우선 상사의 지시에 잘 따르고 조직 속에 길들여져야 직급도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인맥 형성을 잘 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인맥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여성들의 입지는 상당히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들처럼 인맥 쌓기를 통해 ‘관리자 수업’을 받기가 어려웠다.


최근 여성들도 관리자 역할이 늘어나긴 하지만 대부분 중간급 이상으로 올라가기가 힘들다. 여성성이 많으면 관리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다. 여성은 말만 많고 조직에 헌신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여성 리더십을 폄하하게 만든다.


김 실장은 “아무리 민주적인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여성 리더십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성성이 가진 잠재력이 현대 사회에 얼마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간과하는 부분이 큽니다. 리더십은 얼마만큼 기업에 헌신하고 흡수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한 요즘 여성적인 정서는 상당 부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여성성에 대한 편견은 사회 전체의 경쟁력도 낮추게 되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자기 사람 심기에만 치우쳐서는 곤란합니다. 다양한 팀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 있게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죠. 직원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늘려주는 뒷받침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남성도 여성성이 필요하다


여성 리더십은 여성들만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여성이라도 보통 말하는 ‘여장부’ 스타일의 리더십은 기존의 획일적 권위에 의한 남성적 리더십과 비슷하다. 여성들도 성향에 따라 여성 리더십에서 멀어질 수 있다. 남성이라고 해서 권위나 카리스마에 의존한 리더십만 발휘한다고도 볼 수 없다.


리더들의 가진 자질과 경험에 따라 지식사회에 어울리는 리더십을 갖게 된다. 단지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구별로만 여성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여성 리더십은 여성만이 가진 리더십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리더십’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여성 리더십은 기업의 성과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양희 실장은 미국의 시민단체인 카탈리스트의 조사 결과를 예로 들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350여 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위 관리직의 성별이 다양해야 기업의 재정적 성공에 기여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최종 소비의 85%를 결정하는 여성들에게 어필하려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성별에서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야 기업내 혁신을 이루기도 쉽다. 단지 성별의 균형이 기업의 성과를 이뤘다기보다 다양성을 인정한 기업 문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업은 일처리에 있어서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우리 경영 문화에서 ‘속도전’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리더 한 사람의 기술과 추진력으로 일처리를 하면 기업의 대처 능력은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추진력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점을 짚어내 지적하고 토론하는 조직은 느리더라도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어 오히려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고 강조했다.


여성 리더십의 연구가 점차 주목되는 것은 전통적인 리더십만으로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조직 운영을 리더에게만 의존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참여적, 수평적, 민주적, 팀제 운영 방식으로 변모하면서 부드러움이 강조되고 있다.


지식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현재, 리더의 자질도 점차 변화를 요구한다. 김 실장은 현대 지식사회의 중요한 리더의 자질로 ‘문화적 감수성’과 ‘마음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또 분야가 점차 세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대인 관계 기술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리더의 강력한 권위로 구성원을 통제해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혼자’만의 경영이 아닌 대화를 통한 ‘민주적’ 경영이 대세가 되고 있다. ‘여성성’이 가진 장점들은 지식경영 시대에 새로운 대안 리더십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실장은 기업 윤리를 지키며 ‘지속 가능 경영’을 이어가는 것에서도 여성 리더십은 필요하다고 한다.


“미국 기업의 경우 기업 내부 고발자들은 여성들이 많죠. 남성들의 경우 직급에 따른 선형적인 구조로 이른바 ‘짭밥’에 따른 능력을 통해 기업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기업 윤리가 바로 서있지 않다면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죠.”


“기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말만 많고 따지기 좋아하는 여성들이 조직을 와해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리더가 오히려 문제를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성 리더십은 같이 일하고, 진솔하게 얘기 나누고, 지위가 가진 권위에 매달리지 않는 여성성이 강조된 정서적인 기업 운영을 강조하고 있죠. 무조건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직원이 많다고 해서 기업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보기 힘듭니다.”


김 실장은 기업의 신뢰나 믿음이 조직 운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직원들에 대한 이해나 정서적인 관계 맺기는 조직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여성리더십이 교육 근본 바꾼다

최근 교육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통한 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다. 리더십이 강한 아이들이 교육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인다고 한다.

보통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교육적으로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리더십 개발이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도록 하는 교육이라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리더십 개발을 관습적인 모델에만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균형감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여성 리더십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김 실장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이들의 리더십 교육에 대한 모델 개발도 있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학교에서 교장의 위치는 절대적입니다. 교사들은 교장의 눈치 보기에 바쁘고 교장은 ‘자기사람 심기’나 획일적인 조직 운영에 익숙하죠. 학교 교사들도 남성주의적인 성향이 강해 아이들 교육 자체가 근본적으로 획일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교육이 거의 지시적이고 관습적인 부분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아 창의력까지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죠. 대화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익히고 균형적인 사고를 하도록 학교의 조직 운영부터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어요.”


“학교 직원이나 교사들의 의견 교환창구를 넓히고 획일적인 교장 위주의 리더십을 차츰 변화시켜야 학교 교육도 되살아난다고 봅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생활에서 부모의 생각만 관철시키려는 획일적인 사고를 한다면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결국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이나 사고력만 키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교나 가정에서 민주적인 리더십 모델을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들어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주입식 교육의 폐해는 여전하다. 문화적인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보는 교육도 아직 부족하다. 학교의 조직 운영도 아직까지 민주적인 운영이 어렵다.


여성 리더십을 통한 학교 운영이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가정에서도 교육은 엄마만 하고 아빠는 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학교에서 ‘치마바람’은 있어도 ‘바지바람’은 없다. 아빠들의 교육 참여는 쑥쓰러운 ‘짓’으로 판단해버린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고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단지 관습에 불과하다.


여성 리더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 위주의 사회적 편견은 가정이나 학교, 기업 등 사회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여성적인 성향이 조직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은 남성위주 사회의 ‘오만과 편견’이었음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우리 사회는 여성성을 반영한 리더십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다양성이 높아지길 원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글 / 구성은(前 월간 해오름 기자)

공동출처 : <뒷간상상>http://koos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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