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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zine

문화유산은 미래다

별 일이다. 문화유산에 대해 애정도 가지고 있다니….
문화재 답사도 몇 번 다녔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도 못 벗어났다. 살면서 제대로 된 문화재 유물관이나 박물관 관람 경험도 몇 번 정도다. 그간 참 생각 없이도 살았다.

어차피 역사에 대해 잘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는데 괜한 주눅이 들어있다. 문화유산이라 그렇다. 역사라서 더 조심스럽다. 몇 년 밖에 안됐지만 문화유산을 대하면서 나온 답은 ‘어렵다’이다. 무에 그리 어려워서 엄살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엄살 떨 만하다.

오랜 세월의 향기가 겹겹이 묻어있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우라고 해두자.

“우리나라는 너무 넓어. 10년을 돌아도 제주도조차 제대로 못 돌았으니….”

예전에 모 교수님에게서 들은 말이다. 농담도 지나치시다. 고속철도가 들어서고 이제 반나절 생활권인데 도(道) 하나 살피는데 10년이라니…. 또 우리나라가 넓단다. 좁아 터져서 땅 몇 평 사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10년 이라는 시간과 넓은 공간이 역사로 보면 얼핏 이해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지나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공이 더 쌓여야 갈 수 있는 시간이리라.

우리나라의 숨겨진 역사나 문화유산을 다 이해하려면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배까지 고프기 마련이다. 그냥 역사나 문화유산이 좋아서 연구를 시작한다고 해도 밥까지 공짜로 먹지는 못한다. 배를 곯아가며 전국을 답사하고 방귀퉁이에서 책과 씨름해서 ‘이건 좀 고칠게 있는데’라고 가끔 지적하는 정도에 만족하는 역사 학도가 많다고 들었다.

몇 년을 고생해서 연구한 결과도 그다지 신통한 반응을 얻기란 힘들다. 몇 백, 몇 천 년도 더 지난 일을 정확히 짚어내기란 당시에 살지 않고서야 알 도리가 없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이런 분명하지도 않은 결과를 얻기 위해 주린 배를 부여잡고 역사와 문화유산에 빠져있는 이들이 한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한심해 보이는 이들이 즐겁게 연구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보이지 않는 매력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그들 나름대로는 문화유산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다.

사회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정적인 매력’을 보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좀 더 자극적이고 무언가 한 번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박물관 관람이나 답사할 돈 있으면 조금 더 보태서 영화나 콘서트 보러 가지 뭐’라는 생각은 나부터도 그렇다.
가만히 놓여 있는 낡은 문화유산에서 어떤 매력이나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기길 기대하기 어렵다. 살기 바쁜데 문화나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는 사치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아까 그 교수님 말이다.
“문화의 나라가 돼야 해. 생활속에서 문화유산을 더 가까이 대하고 찾아내서 지키고 가꾸는데 힘을 쏟아야 하네. 이제 국가의 개발이나 성장보다 문화를 키워나가는 여유를 갖는 것이 나라에 더 큰 보탬을 가져오는 힘이 되지 않겠나.”

‘성장’과 ‘발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미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덩치만 컸지 머리에 든 게 별로 없다. 분명 비정상적으로 자라온 게 사실이다. 우리 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문화를 다시 짚어내고 가꾸려는 '발전'적 고민을 너무도 잊고 살았다.

생각할 여유를 가질 때도 됐다. 심각하게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다시 고민하지 않으면 한반도 반만년 역사도 짤막한 우화 정도로만 받아들여질 때가 올지 모르겠다. 그저 역사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

문화유산은 과거가 아닌 우리의 미래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 본 적이 있는가’, ‘이름 모를 장승이나 서낭당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한 적이 있는가’, 우린 정말 그동안 너무도 ‘없이’ 살았다.



* 부석사 무량수전
- 국보 18호(경북 영주시 소재)
- 역사 :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 때 짓고 고려 현종(재위 1009∼1031) 때 고쳐 지었으나, 공민왕 7년(1358)에 불에 타 버렸다. 지금 건물은 고려 우왕 2년(1376)에 다시 짓고 광해군 때 새로 단청한 것으로, 1916년에 해체/수리 공사를 했다.

공동출처 : <뒷간상상>http://koosu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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