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zine

삼성과 엘지의 허무한 3D TV전쟁

TV의 변화, 선도하는 삼성과 엘지

흑백 브라운관 TV에서는 그저 화면만 나오면 됐다. 그 시절 문제는 TV가 아니라 안테나였다. 전파가 미치는 범위가 작고 약하게 잡히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큰 건물에 둘러싸여 가려진 응달에서는 주파수를 잡기위해 안테나를 여기저기 돌려댔다.컬러 브라운관 TV까지도 안테나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개선됐다. 산에다 센터를 세우고 전파를 쏜 덕분에 어지간한 평지, 대도시에서 전파문제는 해결됐다.
 
안테나 문제가 해결된 건 케이블TV 때문이다. 유선으로 연결된 케이블은 안정적인 시청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TV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브라운관이 슬림해지더니 몇년 안되어 PDP, LCD TV가 등장했고 1,000만원대를 자랑하던 "평면 LCD TV"는 곧 3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제 우리는 40" 대의 대형 TV도 수십만원에 살 수 있게 됐다.

TV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수혜를 받은 것은 삼성과 엘지,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다. 필립스와 소니가 손을 떼도록 만들 정도로 기술, 원가, 마케팅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했다. 지금도 삼성과 엘지가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 결국 이 두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TV에서 기술혁신은 이뤄지지 않는다.

TV 시장에서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던 두 업체가 예상치 못했던 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은 영화 "아바타" 때문이다. 아예 검토를 안하고 있던 삼성과 검토는 했지만 시기상조라고 했던 엘지에게 3D시장이 갑자기 다가온 것이다. 아바타에 열광한 소비자들이 3D 컨텐츠를 찾기 시작하면서 극장에는 '저질 3D 영화'가 끊임없이 걸렸다. 심지어 3D로 제작하지도 않고 편법으로 컨버팅해서 3D버전이라 팔기도 했다.


3D TV, 성공할까?

3D TV 성공의 열쇠는 제조사에 있지 않다. 방 송용 카메라를 삼성이

나 LG가 만들어 납품한다면 모를까, 방송국에서 3D 컨텐츠를 제작하는 건 굉장한 도박이다. 카메론 감독이 10년간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은 큰 대박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10년동안 3D 컨텐츠를 만들다간 다 굶어죽을게 확실하다. 어떤 방송국도 그런 고생을 원하지 않을거다.

따라서 3D TV가 성공하기 위해선 제조사들이 컨텐츠 제작 도구를 먼저 개발하고 저렴한 가격에 풀 필요성이 있다. LG에서 나오게 될 태블릿PC에 3D 동영상 촬영기술이 들어가는 것처럼 한발자국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 소니는 미국에 캠코더를 팔면서 텔레비전을 팔았다. 미국인들은 가족들을 동영상 촬영하고 보는데 소니의 제작툴과 디바이스를 이용한 거다. 3D 컨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보게되면 3D TV는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방송용 카메라, 영화제작용 카메라가 3D용으로 교체될 거고, 극장이 3D를 상영할 수 있게 변한다. 시대는 그렇게 바뀌어 간다.

그렇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승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지친 늙은 호랑이를 깨물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3D TV,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삼성이나 엘지나 3D TV 시장에 너무 일찍 뛰어들었다. 소니가 3D TV를 판다고 해서 자신들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물론 기술 개발을 하고 관련 특허를 얻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연구소 안에서 필요한 내용과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피부병 걸린 사람이 온천에 간다고해서 건강한 사람이 가까운 대중탕을 놔두고 먼 온천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과 같다.

쓸데없는 곳에 지나친 투자를 한 결과는 어떨까? 지금 삼성이나 LG의 가장 골치아픈 상품이 3DTV다. 차세대기술을 앞당겨 구현하고 그 바람에 원가는 올라갔는데 판매가는 계속 내려간다. 그렇다고 그냥 LCD를 팔기에는 이미 너무 와버렸다. 상대방이 안 만든다면야 모르지만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멈출 수가 없다. 삼성이나 LG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소니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남의 무덤에 같이 들어간 꼴이다.

앞서 기술에 대한 검토에서 분명 3D TV의 현 기술력에 대한 한계를 인지했을텐데 왜 무시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지러움을 느끼는 TV를 누가 볼까? 볼때마다 무거운 안경을 써야하는 귀찮음을 무시할 정도로 획기정인 아이템인가? 기술적으로나 마케팅에 있어서나 반짝 아이템이라는 결론밖에 안나온다. 아니면 자신들의 기술 개발 능력을 과신한 거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3D TV 영역의 승자는 없이 패자들만 즐비한 상황이 되기 쉽상이다.

3D 영상 제작 툴이 필요하다

삼성, LG가 기술개발의 순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도 든다. 3D TV가 대세라고 생각했다면 3D 촬영 캠코더나 3D 촬영 디지털카메라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제작을 해도 볼수가 없다면 문제지만 애초에 제작을 못하는데 기계만 들여놓는 멍청한 짓은 왜하는가 말이다. 실제로 3D TV를 산 많은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제조사들의 판단이 글렀다고 보기도 힘들지만 결국 한때의 춘몽같지 않은가.

삼성에서 삼성3D TV에 가장 적합한 캠코더와 방송 제작 장비를 만들고, LG에서 LG 3D TV에 가장 잘 맞는 제작 툴을 내놓지 않는한 3D TV 판매량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10년쯤 뒤에 다시 불수도 있는 바람이지만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바람을 기다리느니 바람을 불게할 선풍기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현재의 3D TV는 실패한 아이템이다.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으나 3D TV에 대한 연구나 홀로그램 TV에 대한 연구나 거기서 거기의 기술력과 실현능력을 가졌다. 어쩌면 3D TV는 건너뛴 채 홀로그램 영상기술에 매달리는 게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투자일 수도 있다. 시야각 제한이 없는 3D TV는 달리 말하면 홀로그램 TV라는 얘기가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