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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신을 위한 변명 - 데스그립은 단순한 전파의 문제


데스그립을 안테나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문제가 커졌지만 사실 이는 단순한 전파의 문제다. 전파가 갖는 특성이 예측 불가능이라 이래저래 말이 많을 뿐이다. 많이들 겪어 봤겠지만 동일한 폐쇄 공간에서도 어느 곳은 전파가 잘 터지고 어느 곳은 안터지곤 한다. 심지어 전파 강도는 똑같은 걸로 나오는데 품질은 영 다른 경우도 있다.

데스그립이란 말을 들으면서 맨 처음 들었던 기억은 어릴적 우리가 흔히 보았던 흑백TV다. 날씨가 안 좋으면 집안에 있는 안테나를 붙잡고 살았던 기억은 30대 중반 이상되는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기억이다. 때로는 전파가 잘되는 곳을 잡아보겠다고 줄을 길게 늘인 채 여기저기 안테나를 갖다대고는 했다.

그 중에 제일 당황스러운 때는 안테나를 잡으면 멀쩡한데 안테나를 놓으면 노이즈가 생기는 경우다. 안테나를 붙잡고 있으면 TV를 볼 수 없고, 그렇다고 놓으면 TV에 노이즈가 껴서 보기가 힘들었다. 죽음의(데스) 잡기(그립)이 아니라 살리는 잡기라고나 할까?


똑같은 안테나여도 어떤 위치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잡는 것이 감도를 살려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예측하기 힘들다. 전파는 보이지 않고, 세기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떤 경우는 회절하고, 반사하며, 투과하는데 이런 전파의 특성을 감안하여 건물을 지을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야외라고 하는 트인 공간에서는 측정 및 사용이 용이하지만 건물 내부에서는 어려움이 증가한다.

전파는 송수신 그 어느쪽에서나 파장, 세기, 감도가 일정해야 한다. 라디오에서 불과 0.1MHz를 올리고 내려도 알아들을 수 없는 방송이 나오는 것처럼 영역이나 세기가 다르면 데이터는 깨지고 만다. 아주 높은 산, 깊은 골에서는 라디오조차 듣기 힘들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데스그립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휴대폰 사용 설명서에 내장된 안테나 근처를 잡지 말라고 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도 '애플만의 데스그립'이란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준다. 애플 홈페이지에 다른 스마트폰들의 '데스그립' 증상을 보여주는데 전파가 약한 상태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전파가 약한 상태에서는 쥐지 않고 몸을 돌리기만 해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기지국으로부터 등을 지면 안테나가 사라지는 지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반면 삼성의 갤럭시S의 내장 안테나부분을 붙잡아도 증상이 없는 실험은 주변의 전파상황이 아주 좋은 것이다. 이럴 때는 아이폰4도 어떻게 잡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안테나가 없어도 통화가 잘 될 수 있다. 안테나는 증폭하는 역할일 뿐이니 말이다.



물론 데스그립 테스트에 대한 여러 동영상들이 있지만 반응을 안보이는 것도 있고,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있다. 환경이 다르니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전파가 일반적으로 약한 시골이나 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커다란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고 따라서 별 문제가 아니다.

잡스 특유의 시니컬한 대응이 문제를 키운 면도 없지 않지만 대상이 아닌 사람들의 열폭이 화제가 된 거라고 본다. 물론 필자의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내린 결론이다. 데스그립 문제를 전파쪽에서 살펴보자.



2G에서 가장 좋다는 800MHz의 전파도 수십cm의 콘크리트 벽은 뚫지 못한다. 창문과 석고보드등을 통한다 해도 3~5겹 이상은 무리다. 회절하는 양도 상당하겠지만 3G에서는 아예 먹통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러니까 중계기나 안테나역할도 하는 케이블이 없다면 휴대폰은 거리에서 밖에는 쓸 수 없는 거다. 그리고 거리에서조차 기지국의 영역 거의 끝쪽에서는 먹통되기 일쑤일 거다.

이미지 출처 http:// newslink.media. daum.net/news/2006 0915115413382

통신회사들이 쓰는 투자비용의 대부분은 기지국이나 중계기 설치, 교체등에 이용된다. 맨 처음 2G를 쓰다가 3G를 겸하고, DMB도 겸하게 되었다. 이 중간중간마다 기지국 및 중계기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SK는 이미 벌어들인 것이 있으니 힘이 들지 않았고 KT(당시 KTF)는 원래 돈이 많았다. 반면 LGT는 가장 후발주자면서도 투자에 인색할 수 밖에 없어서 신기술을 가장 늦게, 가장 저렴하게 도입했다. 시간이 갈수록 회사들의 성장속도는 더 큰 간격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기지국이나 중계기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 도시에서는 통신 3사의 전파가 안터지는 곳을 찾기 힘들다. 만약 안되면 통신사에 전화를 해 터지도록 중계기를 달아달라고 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데스그립이 생기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도 데스그립이 제기된 곳이 한적한 시골같은 전파가 약한 곳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 일본에서 엄청나게 많은 아이폰4가 팔렸는데 데스그립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다는 것도 상기해야 한다.

안테나는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기지국으로부터 불과 1km이내에 둘러싸인 도시나 중계기에 가까운 건물 내부에서 안테나는 별로 소용이 없다. 손으로 생기는 저항 정도로는 수신 감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스티븐 잡스가 신격화(?)된 이후 처음 맞는 위기의 상황이 이런 별 이상없는 것으로 시작되었다는게 의아하기만 하다. 그만큼 주위에서 많은 견제를 받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 데스그립 테스트를 하게 됐다. 아마 모든 핸드폰에서 데스그립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곤란하게 됐다. 아무리 숨겨도 데스그립이 해결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자신들이 공격하는데 사용했던 문제가 자신들에게 나타날 때 어떤 표정일지가 궁금하다. 이미 삼성은 광고에 도입했고, '너희도 똑같다'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사실을 호도하는 내용이라면 빛이 날 수 없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무엇은 더럽고, 무엇은 깨끗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는 행동이 잡스의 행동과 뭐가 다를까?

덧붙여서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수신부 표시가 정정된 것으로 업그레이드 했더니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안테나바 5개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게 맞는 표시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체마다 어느 정도가 안테나바 한개에 해당하는지 기준이 다르지만 기지국과 사이에 조금 커다란 건물만 위치해도 수신감도가 다른 것이 정상일테니 말이다.